프랑스에서 한 살 더 먹으려면 걀레뜨 데 후와를 먹어야 한다는데 - 만들기

우리나라에서 설에 떡국을 먹듯이, 이 나라에선 연초에 걀레뜨 데 후와 Galette des rois라는 파이를 먹는다. 
정확하게는 에피파니Epiphanie(주의 공현대축일)라고 동방박사들이 아기예수를 경배하러 온걸 기념하는 날에 먹는 것이지만,
그냥 연말연시 분위기의 연장선 상에서 맛난 파이를 먹어주는 전통적인 의미가 남아있는 듯.
내가 느끼는 바로는 프랑스인들이 그닥 신심깊은 사람들이 아니고, 
이젠 이슬람이 이 나라에서 두번째의 종교인구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걀레뜨는 지역에 따라서 다른 형태, 다른 종류의 과자로 대체되기도 한다.
프랑스 서부쪽에서는 그쪽의 특산과자 사블레를 베이스로 걀레뜨 데 후와를 만들고,
남쪽으로 가면 갸또 데 후와 Gâteau des rois로 바뀌는데
파이형태가 아닌 브리오슈를 베이스로 해서 과일절임으로 장식한 빵을 먹는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갸또 데 후와 쪽이 한국정서에 비춰보았을 때 좀 더 명절스러운 색상구성인듯..알록달록ㅋㅋ

소시적엔 한살이라도 더먹는게 벼슬과도 같았는데,
사실 나이가 이쯤되고 나면 새해에 한살 더먹는 의미의 음식 따위는 식욕상실을 불러일으키기 마련;
그러나..가끔 오븐도 돌려주고 밀가루도 만져야 가뜩이나 비루한 실력이 쪼그라들지 않지 않을까 싶어 재료를 준비했다.

근데 막상 사들인 것은 매우매우 편리한 냉장반죽과 필링믹스.
오븐 켜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는데 의의를 둘 수 있겠구나;;

마트에 가면 늘 냉장 빠뜨(파이지)가 종류별로(단 것,달지않은 것,크로와상반죽처럼 바삭바삭한 것) 구비되 어있고,
이렇게 시즌이 되니 직접 해먹으라고 걀레뜨 안에 들어가는 프랑지판 믹스도 잔뜩 쌓여있다.

걀레뜨 데 후와는 사실 에피파니가 아닐 때 먹는 피티비에Pithivier와 구성이 같다. 
이 페브fève를 제외하면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콩의 한 종류를 일컫지만, 걀레뜨와 연결되면 그 안에 들어가는 작은 인형을 말한다.

전통적인 페브는 예수와 성가족을 상징하는 인형이 많은 모양인데,
바이네Vahiné라는 유명한 베이킹재료 브랜드에서는 올해 스누피 시리즈를 내놓았다. 
진열대를 뒤적뒤적해서 제일 성탄분위기 나는 스누피를 데려왔다. 

프리믹스 제품이니 이렇게 탈탈 털어서..

거품기로 휘적휘적..해주고 싶었는데 상당히 되직해서 애먹었다. 
럼을 넣어주라는데, 사과를 졸여넣는 걀레뜨 데 후와도 있으니 생뚱맞은 짓은 아닐거라 믿으며..
걍 사과브랜디 깔바도스를.

빠뜨 깔고 속 올리고 페브 콕 박아주었다.

걀레뜨를 먹는 연초의 모임에서,
이 페브가 들어간 조각을 할당받은 사람은 그날의 (여)왕이 되어 왕관득템 및 파트너 (여)왕 지정의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걀레뜨랑 같이먹는 발포성 사과주 시드르Cidre를 내던지,
다음 번에 걀레뜨를 내야하는 특혜(?)또한 받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술자리에서 왕되는 거랑 똑같은 듯.

그런데 이 페브로 왕뽑기 전통은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무려 로마시대까지 그 기원을 찾아 올라갈 수 있다.
노예가 경제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 했던 그 시대에는,
지배층인 로마인들에게 있어 이 노예들을 잘 구슬려가며 부려먹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여, 크리스마스의 기원이 되는 사르투누스Sartunus 축제 때 페브로 노예 한명을 추첨하여 소원을 들어주는 전통이 한 방편.
일종의 희망고문-_-;;이 아닐까 싶은 데 어쨌든 당첨된 노예는 심지어 주인에게도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한다.
또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술자리의 야자타임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이야기가 좀 샜는데, 
어쨌든 다시 빠뜨를 위에 덮고 무늬를 낸다. 
여러 종류의 무늬가 있기는 한데,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꽃무늬가 들어간게 좋더라.
하지만 대형마트의 제과코너나 대량생산품으로 나온 걀레뜨 후와는 작업편의성 때문인지는 대체로 직선으로 된 패턴이 많았다.

짜잔 voilà!
스누피 페브는 귀엽지만, 스누피 왕관은..간지가 촘 부족;;

기숙사 오븐은 컨벡션 기능이 지나치게 강해서리, 아래가 익기도 전에 윗색부터 나버린다.
색깔이 흡사 브레첼 같다;;
컨벡션 안 쓸때는 그 기능이 아쉽더니, 막상있으니 별로구나.

남은 짜투리는 꽈배기처럼 꼬아서 술안주용 깨과자로. 

파이는 조각조각 잘라, 기숙사 친구들에게 배달.

물론 나도 한조각^^

걀레뜨 데 후와는 한국에 있을 때 빠뜨부터 죄다 직접만들어 본적이 있는데,
빠뜨는 사는 게 맛도 편의성도 나쁘지 않지만,
속으로 들어가는 프랑지판 믹스는 아무래도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달고 퍽퍽하기가 바람떡의 녹두소보다도 더 되다는.. 
인공적인 아몬드향도 지나치게 강하구.
믹스를 이용한다면 사과조림을 넣어서 상쾌한 과일맛과 촉촉함을 더하는 게 나을 듯하다.

아, 이날의 페브는 페브를 수집하기로 마음먹은 본인이 접수했다.
하여 왕관쓰고 사진찍고 파이먹고 했음 ㅋㅋ

2011년 9월의 달달이들: 프랑스 마트표 과자와 제과점 과자 탐험의 시작 - 맛보기

작년 9월의 일을 되새긴다는 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지만, 
여기 생활도 안정기에 접어 들었기에 그간의 경험을 슬슬 갈무리 해둘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던 한 달이었다.
프랑스 식문화의 풍요로움은 때로 장볼때 대단한 스트레스가 된다. 특히나 배고프고 지칠때.
어떤 품목이든 브랜드, 향과 부재료 등에 따른 다양한 베리에이션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다.
이곳에 도착한 첫번째 달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 싶었으나, 
다섯달이 지난 지금도 마트의 진열대 앞에서면 그 압도적인 물량과 종류에 여전히 막막.

프랑스 와서 처음 구입한 과자. 귀리와 얼그레이가 들어간 사블레. 
왠지 모르겠으나 BIO(유기농) 제품은 대체로 질감이 상당히 딱딱한 편. 
건강때문인지 단가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유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이리라.

시내 모노쁘리 제과코너에서산 딱뜨 오 시트홍 Tarte au citron. 
모노쁘리Monoprix 에서 사먹은 빵과자가 얘뿐만인건 아니지만, 
어쨌든 다시는 그곳에서 구입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다짐한 일등공신. 
딱뜨의 안색이 그닥 좋지가 않고..(레몬의 상큼함을 느낄 수가 없다) 맛도 매우매우 평범.

그르노블에서 유명한 제과점이 어디인지 구글에서 검색해 찾아간 곳 '포레누와 Foret Noire'
초콜릿을 주재료로 한 빠띠스리(과자류)에 중점을 둔 듯했으나, 왜인지 내가 선택한 것은 에클레흐 오 꺄페 Eclair au café 
매장은 과자진열대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시골다방분위기었는데, 
이 에클레흐도 가게처럼 소박하고 무심하지만 꾸밈없는 맛과 생김새였다. 
글라사주의 기포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파티시에의 호방함(?)이 돋보였고, 충전물은 진득한 맛있었다.
하지만 에클레흐의 슈가 너무 축축하드라. 
달랑 하나 샀지만 리본까지 슥 묶어주는 정성은 마음에 들었다.

마트표 과자. 고프흐 오 미엘 gaufre au miel.
이름은 고프흐(와플)이지만 촘촘한 격자무늬와 얇은 두께는 웨하스를 닮았다.
하지만 맛은 놀랍게도 약과를 닮았어..
약과는 계피넣은 반죽을 꿀이나 시럽에 집청해 만드니..
미엘(꿀)과 계피향 가득한 고프흐와 생판 다를 것도 없지 않을까.
이 고프흐에 참기름만 바른다면..젯상 받으시는 조상님도 깜빡 속으실 거임.

학원 친구들이랑 구시가지 레스토랑에서 밥먹은 날 후식으로 나온 퐁덩 오 쇼콜라 Fondant au chocolat
친구와 맛보라고 나누어 줬는데, 곁들여진 배조림 compote de poire과 바닐라 소스 덕에 이가 삭을 듯한 단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학교 근처에 있는 빵집의 에클레흐 eclair à la pistache
피스타슈를 사랑하는 나로선, 
어떤 음식을 살때던 진열대에 저 연두색 피스타치오 색상이 보이면 언제나 홀린듯이 집어들고 만다.
가격도 명성도 그르노블 내에선 중간 수준인 듯한 빵집이지만,
난 여기가 제일 맛나더라. 
피스타슈 맛이 성실하게 느껴지는 사랑스런 에클레흐였다.


역시 피스타슈 들어간 빵. 에스카르고 escargot à la pistache
빵만죽에 피스타슈맛 페이스트를 넣고 돌돌 말아 썰어내 구운 빵. 
어학원 선생님 카헝지 여사와 같은 반 한국친구가 그르노블 최고의 빵집이라고 추천해준 '부흐봉 Bourbons'에서 샀다.
이 빵집은 몇 번을 갔지만, 매번 내 머리속에 물음표를 남기는 맛을 안겨준다.
나쁘진 않은데 뭔가 결정적인 한방이 없어..근데 사진상의 때깔은 제일 좋구만!

마지막으로 무지하게 못생긴 흘리지유즈 religieuse au chocolat
물론 내가 정신줄 놓고 한 입깨물었다가 찍은 탓도 있지만, 얜 애초에 참 못생겼었다. 
시내 제과점에서 산건데, 여긴 마치 시골 구판장이랄까 찐빵가게랄까
특별한 내부 장식도 없이 오로지 테이블과 의자, 과자들과 사람만 있는 곳.
여기에서 파는 대부분의 빵과자들은 다들 자유방임적으로 생겼다..;
품목마다 전형적인 생김새라던가 데코라던가 하는게 있는데, 그런 것들이 거의 무시되고 있는 가게;;
이를테면 크로와상은 누군가 그 위에 한번 앉았다 일어난 모냥을 하고 있더라.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막상 맛을 보면 엄청난 풍부함이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파티시에의 '나는 단가따윈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마인드가 고대로 느껴지는 맛이랄까.
내부의 충전물에선 진득한 초콜릿과 크렘의 맛이 가득해서,
생김새는 어떻든지 일단 재료는 아낌없이 넣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예의 뭉개진 크로와상도 마찬가지로 맛있었다. 
그래서 간판없이 장사하는데도 나이 지긋한 그르노블 사람들이 한가득 자리차지하고 있었나보다.

자, 9월의 달달이 일기는 이러했다!




채식 견과타르트 - 만들기


달다구리와 기름진 과자들의 나날을 보내다보면, 때론 달걀/설탕/버터 없이 만든 채식의 과자를 만들고플 때가 있다. 주지육림의 카니발에 빠져 지내다가, 머리에 재를 뿌리며 죄를 뉘우치는 사순절을 맞은 것 마냥.

나의 정신은 항상 외국의 새로운 음식들에 대한 호기심에 빠져있지만, 사실 몸뚱이는 조선시대 여인네로 부터 조금도 서구화되지 않아 있다. 서구화라 함은 쓰리사이즈나-_-;; 기럭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사실 말하고 싶지도 않은게 진심 ㅋ) 내장기관의 서구화를 말한다. 혀와 뇌까지는 서양음식에 놀랄만큼 적응을 했지만, 나의 내장들은 영 적응을 안한다. 철저하게 풀만 뜯어먹는 생활을 해야만 그제서야 협조들을 하시기 때문에 여러모로 애먹는다. 역으로 풀이 아닌 다른 음식들을 탐하면 건강이 바로 안 좋아진다...


이런 이유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거나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되도록이면 빵과 과자는 채식에 가까운 스타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이 견과타르트.

타르트지는 쌀가루와 밀가루, 그리고 현미유에다가 단맛을 내기위해 설탕대신 과일주스와 메이플시럽을 넣어 만들었다.
타르트충전물은 일반적인 베이킹에서 사용하는 크렘다망드와 비슷한 삘로다가 아몬드가루, 두유, 메이플시럽, 현미유 등을 이용했다.
토핑으로는 아몬드, 피스타치오를 올리는데 이 정도의 재료 뿐이라면 좀 텁텁하지 싶은 느낌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새콤달콤한 맛을 주는 말린자두를 다져서 충전물에 섞어주고 타르트 위에도 몇개 올려준다.
 

완성물은 나열된 재료에서도 느껴지듯이 뭔가 튀는 것이 없고 덤덤한 맛이었다. 달걀과 버터가 들어가지 않기에 타르트지는 좀 딱딱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나야 워낙 빠닥빠닥한 음식을 잘 먹으니까 크게 거슬림은 없었다. 충전물은 그래도 파운드케익의 느낌처럼 묵직하지만 어느 정도의 촉촉함이 있어 괜찮았다. 구수하게 담백했고. 

채식베이킹의 담백함은 장점이자 단점인데, 물리지 않고 뒷맛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좋지만 그 때문에 한조각먹을꺼 두조각 먹는 사태가 종종 벌어진다;; 예전엔 몸이 좋은 음식이라면 많이 먹어도 괜찮지 않겠어? 하는 생각으로 살았지만, 요새는 몸에 좋든 나쁘던 내 배의 깜냥에 맞춰서 절제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렇게 또 날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 생겼구나. ㅋㅋ


1 2 3 4 5 6 7 8 9 10 다음